서울아산병원에서 방사선색전술을 통해 항암 치료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항암 4개월 차부터 어머니께서 등, 허리 쪽이 계속 아프다는 말을 했다.
이때 항암의 부작용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병원에서 검사를 아무리 해도 나오는 게 없었다.
의사는 그냥 정상이라고만 할 뿐이었다.
그러나 환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아픈 것을 아프다고 하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니?
아무 이상이 없는데 아프다면 그게 이상한 것 아닌가?
암 환우 모임 카페를 많이 탐독하여 내린 결론으론 이건 주치의가 무언가 놓치고 있는 실수라 보고
신촌 세브란스로 전원하게 되었다.
아산병원에서 받은 모든 진료 기록, 즉 의무기록사본과 영상 사본을 통채로 복사하여 들고 갔다.
이식외과 이재근 교수에게 바로 외래를 예약하고 방문했다.
의무기록을 살펴보는 교수의 눈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어느 병원에서 중증환자를 두고 막연히 희망가득한 얘기는 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막상 의사가 그렇게 침묵으로 일관하며 의무기록지를 끊임 없이 넘기는 모습을 보니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뭐라도 말좀 해주지...정말 아무 말도 없이 계속 종이만 읽고 있었다.
아산에서도 이식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했으니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건 잘 알고 있었지만
진짜 상태가 안 좋은가보다.
다 읽은 교수가 예후가 좋지 않은 간암의 케이스라고 일단 검사부터 다시 해보자고 했다.
근데 어머니가 등, 허리가 아프다는 말을 꺼내니 의사는 뼈전이가 의심 된다며 바로 검사를 잡아줬다.
아...
뼈 전이..그래 골전이암이었다.
그래도 시간이 금이니 어머니는 초음파 검사와, 뼈 스캔을 하는 동시에 나는 간 이식 공여자 검사를 진행하였다.
둘 다 검사가 끝나고 이식외과를 다시 방문했는데
골전이가 확실하여 현재 상태론 이식 불가라고 했다.
절망이었다.
전이를 확인한 순간 암의 병기는 4기로 넘어가고 생존 확률은 급격히 내려간다.
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
한 일주일 정도 울기도 많이 울었다.
멀쩡히 생활하다가도 갑자기 울음이 터져나오면서 슬픈 생각만 났다.
그래도 포기하기 싫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고 여기서 포기하면 진짜 끝날 것 같은 생각에 다시 희망을 가지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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