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부사관학교 - 입교
훈련소에서 5주간의 훈련이 끝나갈 무렵
입소대대 때 우리를 보러 왔던 부사관학교 훈육관들이 온다.
훈련소에서 끝난 단풍하사들을 데리러 온 것이다.
부사관학교는 논산에서 차로 40분 거리인 전북 익산에 위치해있는데
버스로 우리를 태우러 마중 나온다.
간부양성기관의 훈육관들이라 진짜 살벌하게 대한다.
훈련소의 소대장들보다 더 엄격하다.
초장부터 기선제압이 장난 아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교육대 연병장에서 얼차려를 받았다.
행보관 말에 따르면 30년 전에는 더플백을 입에 물고
오리걸음으로 막사까지 이동했다고 한다..ㅎㄷㄷ
뭘 잘못했는지 이유는 모르겠고 그냥 뺑이치라니까 열심히 쳐줬다.
워낙 훈련소에서 군기 잡혀서 온 상태라 기계적으로 얼차려 받았는데
그당시에도 딱히 힘든 건 없었다.
얼차려가 끝나고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중대 분류를 하기 시작했다.
훈련소 때의 편성표 그대로 교육중대가 나뉘어졌다.
일전에도 말했듯이 이 동기들이 훈련소부터 임관 때까지 쭈욱
한 팀이 되기 때문에 진짜 눈밖에 나면 내내 고단한 생활을 하게 된다.
우리는 육군부사관학교 1교육대 소속으로
막사는 뭐 그렇게 나쁘지도 않고 좋지도 않은 딱 평타 정도의 시설이었다.
1층부터 1중대 2층은 2중대 3층은 3중대였다.
층이 높을수록 불리하다...이동소요가 너무 불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음료수 자판기가 1층에만 있다.
그러니 1중대가 망고땡임.
한 개 중대의 인원은 대략 130명 정도 됐던 것 같다.
훈련소 때와 마찬가지로 부사관학교에서도
소대 단위로 훈련평가를 받기 때문에 끝에 있는 교번들은 사실 말할 기회도 거의 없고
그냥 저냥 아저씨처럼 지낸다.
엮일 일은 연대책임으로 얼차려 받을 때 빼고는 딱히 이해관계가 없다.
드디어 막사 안으로 들어가서 생활관을 배정받고 교번도 부여받았다.
각종 장구류를 수령하는데
훈련소보다 장비가 더 폐급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워낙 험하게 훈련을 시키니
장비가 다 너덜너덜한 수준이었다.
우린 이런 개폐급 장비를 *서부덕 세트라고 불렀다.
그만큼 연식이 오래된 장비라는 뜻이었다.
가방 끈이 뜯겨져 하나 없거나
심지어 모포가 구멍이 나있을 정도니
왜 반 세기 전 군인의 장비라는 별명을 붙였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장비 지급이 끝나고 세팅을 마치면
훈육관들에 의해 각종 부사관학교 생활 안내를 받는다.
종합적으로 보면 걍 아무 것도 하지말고 훈련만 받아라임.
이런거 해도 되나? 싶은 것들은 그냥 하지 않는 게 좋다.
군대에서는 자의적으로 해석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냥 가라는 길로만 가고 먹으랄 때 먹고 자랄 때 자야 속이 편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뭘로든 꼬투리 잡혀서 개털리기 때문이다.
초장부터 훈육관이 절망적인 소식을 전달했다.
지금도 시행 중인 <*임관종합평가제도> 란 새로운 임관 평가 방법이 우리 기수에 처음 생겼는데
시범 대상 부대로 1교육대가 선정 되어 우리에게 시범 적용 된다는 것이었다.
즉 나랑 같이 입대한 군 장학생 기수 전부에게 적용된 것임.
지금은 여기서 더 변형이 되어 굉장히 체계적으로 발전한 것 같은데
내가 교육 받을 당시에는 수류탄, MOPP, 보측, 사격 등과 같은
개인전투력측정 느낌의 과목들이 있었던 것 같다.
이것 말고도 더 있었는데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뭐 이런 것을 떠나서 과락을 하면 퇴교를 당할 수도 있다란 압박감이 엄청 났다.
아무리 핫바리 과목이어도 무시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하........
임관종합평가제도가 우리 기수부터 처음 적용된 것을 영광이라 생각하면 영광인데
왜 하필 우리부터지????
뭔가 꼬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11-1기 즉 11년도 첫 기수라 그냥 적용된 것 같다.
우리보다 한 기수 더 빨리 들어온 애들은 이걸 피할 수 있었다는 뜻인데
역시 군대는 줄을 잘 서야 된다.
훈련소와 마찬가지로 행보관, 소대장, 중대장, 명예위원들을 뽑았다.
훈련소 때는 없던 명예위원이란 직책이 하나 추가 되었는데
이는 선도부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자치제도의 일환인데 훈육관의 수족이다.
명예위원들 중에 명예위원장이 있는데 파워가 꽤나 세다.
내가 명예위원장을 해봤기 때문에 안다.
명예위원들에게 직접 지시를 해서 활동 범위를 정하고
어떻게 이끌어갈지 구체적인 방안을 세운다.
즉 훈육관이 애들 제식이 안 맞는다고 꼽을 주면
그걸 중점으로 어떻게 개선할지 방안을 세운다.
또한 벌점 건의 권한도 있어 훈육관에게
적발된 인원들의 명단을 제출하면
엄청난 핸디캡을 먹일 수도 있었다.
훈육관의 직속 정보기관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이런 참모직을 수행하게 되면
매주 상점을 받게 되는데 나는 이 활동 때문에
상점으로 거의 최상위 득점을 받았던 것 같다.
중대장, 소대장, 행보관 직책보다 상점을 더 많이 받는 보직이었다.
대신 잠시라도 행동에 빈틈을 보이면 바로 보직 해임 되니
엄청 에프엠처럼 다녀야 했다.
지금은 사라졌다고 하는데?? 뭔가 아쉽기도 하다
옛날에는 이런 것도 있었다는 것만 알아두자.
이제 소속 부대 패치도 달게 된다.
확실히 소속감을 느낄 수 있게 부대 패치를 패용하게 된다.
뭔가 짜세가 나기 시작한다.
정말 별거 아닌 부대 마크 하나인데 소속감이 생긴다.
지금은 패치가 다 파스너테이프로 된 찍찍이들이라
붙였다 떼었다가 쉽지만
개구리 전투복 시절에는 다 오바로크를 해야 되서
가자마자 열심히 손바로크를 치고 다녔다.
진짜 부사관학교에 왔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서부덕 : 부사관의 제일 네임드. 49년 당시 토치카를 육탄 돌격하여 자폭 공격으로 격파. 그들을 육탄10용사라고 하는데 그 공격을 이끈 사람임. 이를 기려서 부사관이 받을 수 있는 가장 명예로운 상도 육탄10용사상이 있음. 근데 이거 돌려먹기 상이라 이걸 받았다고 해서 그 사람이 진짜 참군인은 아님.
*임관종합평가제도 : 간부로서 최소한의 임무수행능력을 보는 것. 진짜 최저 마지노선이라 이걸 못 하면 정말 간부를 하면 안 된다. 정말 기본 중에 기본인데 그동안 이런 제도도 없이 간부들을 임관시켰으니 부사관 상태가 얼마나 안 좋았을지는.....
*MOPP : 준비단계부터 0,1,2,3,4,알파 단계까지 총 7단계의 화생방 전 상황에 따른 임무형보호태세를 말한다. 즉 상황에 맞춰서 적용하는 단계를 말하는데
뭐는 쓰고 뭐는 벗고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이걸 정해진 시간 내에 완벽히 착용하고 그래야 되는데 쉽지 않다...특히 옷을 많이 껴입은 겨울에는 손도 얼어서 동작이 자꾸 삑사리가 난다.
*보측 : 자기 걸음거리로 거리를 재는 방식인데 이것으로 대략적인 거리를 계산할 수 있다. 개인마다 보폭은 다르므로 숙지를 해놔야한다. 부사교에서는 눈 감고 보측으로 거리를 측정하는데 정확히 쟀다면 해당 지점에 도착할 것이고 부족하다면 도착하지 못 한다.
실제 경험에 의거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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