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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관 입대에서부터 장기복무까지 (9) 군 입대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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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입대를 하다

육군훈련소 정문 <별칭 논산훈련소>

11년 2월 14일

나는 드디어 2년의 시간을 돌아온 끝에 입대를 하게 되었다.

군 장학생은 전부 육군훈련소로 입대하게 되어 있다.

장학생뿐만 아니라 현역에서 부사관을 지원하지 않는 이상

민간인 신분에서 입대를 하면 무조건 육군훈련소에서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40분 거리에 있는 육군부사관학교로 넘어가게 된다.

그래서 이곳 육군훈련소로 입대했다.

공교롭게도 입대날은 '발렌타인 데이'였다.

평소 신경 안 쓰고 살아왔는데 ㅋㅋ 좀 서글펐다.

게다가 이날 날씨가 우중충해서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마음은 당장 입대하고 싶었지만 

막상 연병장에 위치해보니 심란했다.

날씨도 우울하고 부대 삭막한 색깔도 그렇고 모든게 우울했다. 

 

2월 14일 입대 당일

이날은 부사관과에서 동거동락한 친구와 함께 입대했는데 같이 입대하느라 외롭지 않았다.

여담이지만 이 친구와는 훈련소, 부사관학교, 초급반, 중급반, 전직교육까지 굵직한 교육은 모두 함께하게 된다.

그래서 군 생활 사진을 보면 항상 같이 찍혀있다.

암튼 그렇게 부대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시간을 보내다

연병장으로 입영 장정은 모이라는 방송과 함께 뛰어나갔다. 

훈련소 올 때는 엄마가 차로 바래다 줬는데

간단한 인사 올리고 친구와 함께 연병장으로 향했다.

뒤돌아보면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아 뒤돌아 볼 수 없었다.

그렇게 군 생활이 시작되었다.

 

연병장에 다 모이고 보니 반절은 일반 병 입대자,

반은 군 장학생으로 입대한 부사관 교육생들인 것 같았다.

이렇게나 장학생들이 많다니 신기했다.

지휘관의 구령에 따라 가족들에게 단체로 거수 경례를 하고 우리는 그렇게 연병장을 한 바퀴 돌고서

어떤 체육관(?)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바로 병 입대자와 군 장학생 입대자들이 분류가 됐다.

입대 전에 들었던 것처럼 가족들이 사라지자마자 욕을 박거나 사제물 뺀다고 군기를 잡지는 않았다.

그냥 숨이 막힐 정도로 절제된 통제 속에서 이것저것 하며 검사를 했다.

통제가 익숙치 않아서 어리버리타다보니 여기저기서 고함소리가 간혹 들리긴 했다.

근데 여기서부터 중요한 팁이 하나 있는데

당신이 처음 입대하게 되면 위치한 곳은 '입소대대'다.

진짜 훈련을 받는 곳은 따로 있고 지금 막 가족들과 헤어진 이곳은

병원 입원 접수처나 마찬가지인 곳이다.

입소대대는 육군훈련소로 입대하면 3일간 머무르며 보급품 지급 및 신체검사를 통하여

다시 한번 입영장정들을 솎아 낸다.

여기 근무하는 기간병애들은 절대 훈련소 '조교'가 아니니 쫄지 말도록.

보통 이런 업무하는 애들은 '보급계'라고 부르는데 보급품 관리나 하는 땡보다. 

단 복장은 훈련소 교육연대에 위치한 진짜 조교들과 똑같은 모자를 쓰고 다니므로 신삥들은 알리가 없다.

아마 의도해서 똑같은 모자를 쓰고 다니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온갖 가오란 가오는 다 잡는데 이 자식들...

야전경험도 전무한 그냥 후방 개땡보들이다.

논산이 아무리 추워봤자 영하 20도 아래에서 날새면서 훈련을 하나?

실탄 지급받고 경계 근무를 서나?

절대 그렇지 않다...

암튼 이 보급계 땡보들은 처음 입대한 훈련병들에게 엄청 가오를 잡는다.

입소대대 3일만 보기 때문에...온갖 개잡소리를 많이 한다....

물론 우리 군 장학생 입대자들한테도 가오를 엄청 잡았다.

바로 입대 자원들을 분류해서 간부 후보생이라는 걸 알지만

초장부터 반말을 일삼았다. 

근데 입대한 순간부터 계급장이 주워지기 때문에 실제로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것이다.

진짜 훈련소로 넘어가면 조교들이 반말을 하지 않는다.

훈련소 소대장들이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상하간의 군 기강부터  FM대로 가르치기 때문이다.

간혹 반말을 하는 애들이 있긴 함. 그래도 계급상 하급자여도 우리를 지도하는 조교들이기 때문에 밉보이면 안 좋다.

간부 후보생들에게 주어지는 계급장조차 실제 신분이 육군 규정에 있는거라 병장과 하사 사이로 계급이 잡혀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꼭 유념하고 입대하면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된다.

군대에서 규정대로 하면 절대 하급자가 상급자를 이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정신없이 무언가 분류와 검사를 하다 보니

저녁이 되어 어둑어둑해졌다.

낮에도 그렇게 우울해보이던 부대가 밤 되니 더 우울한 풍경으로 바뀌었다.

훈련소 부대 근처는 진짜 가로등 불빛 빼고는 민가의 흔적이 안 보인다.

시골이다 보니 담장 밖에서 개 짖는 소리도 들리기 시작하는데 집 생각이 절로 난다.

내가 진짜 군대에 와있다라는 실감이 들기 시작한다.

곧 밥먹으라는 통제가 나왔다.

이때 처음 군대에서 먹었던 짬밥 맛은 잊을 수가 없다.

맛은 둘째치고 식판이 너무 더러웠는데 

설거지를 제대로 안 해서 생긴 기름때가 식판에 아주 누렇게 들러붙어 있었다.

입소대대라 개인 식기 개념이 없어서 설거지도 대충하고 반납하고 그래서 그런건지

식판에서부터 비린내가 엄청 났다.

나머지 반찬은 기억이 안 나지만 조기구이가 메인이었다.

얼마나 비린내가 심하게 나던지 몇 젓가락 파먹고 내다버렸다.

군대에서는 짬밥 남기면 안 된다고 했었는데 아직 첫날이라 그런가

통제도 없었고 다들 대충 몇 숟가락 떠먹다가 내다버리는 사람 천지였다.

하긴 이 상황에 밥이 목구녕에 들어가면 존나 낙천적인 놈인거지..

짬통에 잔반을 버리고 설거지를 하는데 기름때가 빠지지도 않고

식기세척장은 엄동설한인데도 불구하고 찬물이 나와 

도중에 설거지를 포기하고 찌꺼기만 헹궈내고 나왔다.

식판이 왜 다 이모양인지 알 것 같았다.

겨울인데 온수를 안 틀어주니 설거지를 제대로 할 수 있나....

 

밥 먹고 돌아와서 또 이것저것 서류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뭘 했는지 도무지 기억은 안 나는데 정말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하루 일과가 끝났다.

저녁 점호를 하는데 생활관에 들어가있는 순번대로 불침번 근무를 선다고 했다.

나는 첫날에 근무를 서지 않았다.

모포를 덮고 불꺼진 생활관에 누워 있으니 오만생각이 다 났다.

불 꺼지자마자 코 골고 자는 놈들이 있었는데 부러웠다.

이런 환경에서도 저렇게 파워 취침을 하다니..

복도에서는 불침번 근무자들끼리 노가리 까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나처럼 잠을 못 이루는 사람이 많은지 

한숨소리를 내며 뒤척이는 이가 많았다.

무슨 생각을 하다가 잠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엄청 선잠을 잤던 것 같다.

 

*입소대대 : 육군훈련소로 입대 시 2박 3일간 머무르며 각종 보급품을 지급받고 신체검사 등등 진짜 훈련을 담당하는 교육연대로 넘어가기 전 입영장병들의 세팅을 담당하는 곳이다. 

*조교 : 각종 교육기관에서 교관들의 눈과 귀가 되어주는 인원들. 보통 에이급들이 선발되서 조교로 활동한다. 훈련소에서 조교들 권한이 매우 막강하므로 존나 밉보이면 골때린다. 그러니 조교들과 척을 지는 일은 없도록..

*보급계 : 보급 특기를 받은 인원들이 군수품 관리를 담당하는데 이들을 보급계라고 한다. 

 

2020/06/03 - [연구 관찰 기록] - 부사관 입대에서부터 장기복무까지 (10) 입소대대에서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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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경험에 의거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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