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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관 입대에서부터 장기복무까지 (11) 육군훈련소에서 기초군사훈련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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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훈련소에서 기초군사훈련 - 1

<눈물의 육교>를 건너면서 앞에 막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어디가 가장 신형 막사인지는 모르겠지만

육교를 건너서 교육연대로 들어가면가장 먼저 보이는 막사들이 보이는데

그곳이 <제 28교육연대> 이다.

때깔부터 다르니 확연히 눈에 띈다.

국방부 특성상 골프장, 풋살장 테니장은 금방 공사해줘도

이런 의식주 관련된 곳에는 돈을 드럽게 안쓴다.

진짜 구막사와 신막사의 차이는 안습임..

<불곰연대> 라고도 하며 2009년 재건축을 하여 이곳에 배정받으면 

타 교육연대보다 훨씬 편한 훈련소 생활을 기대할 수 있다.

우리는 주도로를 터덜터덜 걸어들어다가 이 건물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교육연대도 굉장히 커서 우리 부사관 교육생들은 총 3개 중대 정도로 나뉘어졌던 것 같다.

여기서 굉장히 운이 좋은건지 나는 부사관 교육중대장인 중대로 배치받았는데

정말 선배로써 우리들을 많이 챙겨주었다.

게다가 이분은 11년도 당시 원사 계급에 나이가 38세라고 했는데

그 시점 기준으로 육군에 30대 원사는 4명밖에 없다며 자길 보는 것도 행운이라고 했다.

 

연대에 도착하자마자 본격적인 *기초군사훈련을 받기 위한 *개인장구류를 지급 받는다.

지급 받기에 앞서 5주간 활동할 각종 전투편성을 하게 되는데

소대장, 행정보급관 직책 임무수행을 할 인원들을 뽑는다.

지정일 수도 있고 혹은 자원에 의해서 선발 될텐데

남들보다 덜 자고 덜 쉬는 매우 고단한 직책이다.

그래도 이런 것들을 지원하면 뭐든 가점이 있다.

훈련소 소대장이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일일이 작성해주는 *생활지도기록부

매우 긍정적인 평가 내용이 실릴 수 있기 때문에 자대에서 

내 생지부를 받아보는 지휘관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물론 난 귀찮아서 안 했다.

그리고 훈련소보다 부사관학교에서 이런 참모 직책들을 수행하면

*훈육지도점수가 매우 좋게 나온다.

그때가서 해보는 것보다 훈련소에서 미리 체험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 !

보통 훈련소에서 소대장이나 행보관을 계속 하다보면

다른 교육생들이 믿고 맡기기 때문에 또 밀어준다.

그러니 눈 도장을 찍고 싶으면 미리미리 지원해서 열일을 하자.

아 물론 이것들은 진짜 헌신이 필요하다.

단순히 점수 때문에 지원해서 얄팍한 짓거리하면 금새 들통나고

욕이란 욕을 뒤지게 먹는다.

욕 쳐먹고 애들한테 폐급취급 당하게 되면 진짜 피곤해진다.. 

그렇게 각종 직책 편성과 보급품들을 지급 받게 되면

이것저것 사진을 찍게 된다.

홈페이지에 실리게 될 사진인데 진짜 멋이 안 난다.

 

소대 단체 사진

 

입소대대에서는 3일간 있었지만

다들 친해질 시간도 없고

계속 불려다니느라 말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제 훈련소로 넘어오고 *제대가 정해지니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보통 30여명의 소대 단위로 활동을 하게 되는데

이때 소대원들은 아직도 대부분 이름이 기억 난다.

훈련소 때 정해진 이 소대 인원들은 보통 예외없이

부사관학교에서도 임관할 때까지 계속 간다.

그러니 사이 좋게 지내도록 !

 

첫 주에는 이런 잡다구리한 짓거리와 *병기본제식을 먼저 배우는데

군인을 굴리기 위한 명령어와 행동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총기를 파지하고 있을 때와 도수일 때로 나뉜다.

자음과 모음을 알아야 한글을 쓰고 문장을 쓸 수 있듯이

제식훈련이 자음과 모음이라고 할 수 있다.

밖에서는 해본 적이 없는 것들이기에 몸에 익숙해지려면

부단히 연습해야 했다.

그리고 어느 곳을 이동하든 아무 교육생에게 제대를 지휘하라고 시키기 때문에

얼타지 않으려면 늘 머리로 생각하고 시뮬레이션을 돌려야 된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 그런거 없이 몸이 알아서 움직이니 크게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이런 기초적인 모든 것들이 첫 주에 이루어진다.

이때까지는 나름 편하고 좋았다.

육군훈련소는 막사 앞 연병장에서 하는 제식훈련을 제외하고

나머지 훈련을 받으러 가려면

다 걸어서 이동하게 되는데 그 거리가 1시간 이상인 경우가 많다.

첫 주에는 전부 막사 근처에서만 활동하기 때문에 몸은 되게 편했다.

그리고 주말이 되서 첫 종교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불교,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 등 골라서 갈 수 있지만

불교신자가 아닌 이상 불교는 되도록 안 가는 편이 좋다.

전투화를 벗고서 법당으로 입장해야 되는 불편함이 있고

부식도 그렇게 많이 주는 편이 아니라서...

간식은 그렇다쳐도 전투화가 섞인다...

법당 안에 수백명이 들어차있는데 전투화가 다 똑같다..;;;;

내가 아무리 위치를 기억해놔도 내 다음 밀고 들어오는 놈들이 전투화를 다 쑤셔넣기 때문에

전투화가 아예 바뀌거나 짝짝이가 되어서 돌아오는 경우가 매우 많다.

전투화를 잃어버리면 진짜 지옥이다. . . . .

 

난 원래 무교였는데 여러 부식을 준다는 말에 참석을 했다가

부식도 별로 안 주고 전투화도 벗고 들어가야 되는 불편함 때문에

딱 한번 가고 다시는 안 갔다.

대체적으로 천주교와 기독교가 부식을 거의 뿌리는 수준으로 줬다.

아마 군인들 중에서도 신자가 많은 만큼 십일조 내는 군인들도 많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종교인이 아니라서 어떤 형식으로 이 많은 부식을 지급하는지 알 수가 없기에 이렇게 추측해본다.

그리고 부식을 제외하면 천주교보단 기독교가 좀 더 편하다.

천주교는 자꾸 일으켜세워서 뭔 노래인지 기도문인지 자꾸 시켜서 잠을 잘 수가 없다.

기독교도 자꾸 뭘 시키긴 하는데 왁자지껄 떠들고 계속 노래 부르는 분위기라

앉아서 졸든 뭘하든 터치도 없고 워낙 난장판이라 앉아서 쉬기가 편하다.

그리고 교회 안에 인원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이상한 짓거리를 해도 걸릴 확률도 매우 적다.

 

종교행사 때 정말 조심해야될 게 있는데

입대 기수가 겹치면 여군 교육생들도 볼 수 있다.

종교행사 때 인파가 섞이기 때문에 가까운 거리서 접촉할 수가 있다.

근데 절대 접촉하지마라.

뭐 쪽지를 건네준다거나 붙어서 말을 한다거나

그런 행동을 했다가 걸리면 진짜 퇴소 당할 수도 있다.

애초에 병 입대자는 이 간부 교육생들에게 말을 걸 껀덕지도 없지만

같은 간부 교육생들끼리는 신분이 똑같이 때문에 쉽게 다가갈 수 있다.

근데 이짓을 하면 성 군기 위반으로 퇴소당할 수도 있다.

우리 소대에 쪽지 건네다가 적발 되서 퇴소당한 동기가 있었다.

그냥 협박용인 줄 알았는데 퇴소시켜버려서 놀랐다.

아마 본보기 용으로 하나 조진 것 같은데 그뒤로

오해살까봐 여군 근처에도 안 갔다.

 

군대도 종교의 자유를 보장해주기 때문에 참석을 안 해도 되지만

남아있다고 해서 편히 쉬게 해주지도 않기 때문에 무조건 참석하길 권장한다.

나는 부식이고 뭐고 너무 피곤해서 쉴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미참석하고

생활관에 남아봤는데 진짜 침상에 각 잡고 앉아 있어야 했다. 완전 낭패...

 

또 종교행사 말고도 주말이 되면 군대의 특식 군대리아가 나오는데

정확한 용어는 빵식이다.

뭐 경양식처럼 나온다고 보면 된다.

빵, 우유, 스프, 슬라이스치즈, 가공샐러드, 삶은계란, 잼 이런 것들이 나오는데

나는 빵을 스프에 찍어먹는 게 제일 맛있었다.

근데 그 스프 찍어먹는 것도 취식 방법이 잘못됐다고 X랄하는 조교나 소대장이 있다고 하니

본인이 속한 연대 분위기에 맞춰서 눈치껏 취식을 하면 된다.

나는 패티는 무조건 안 먹고 버렸는데 워낙 이상한 물렁뼈 쪼가리들이 나와서

먹다가 헛구역질을 한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패티가 진짜 쓰레기 수준이었다.

문방구에서 사먹는 불벅 정도의 쓰레기 잡고기로 만드는 거라  생각된다.

지금은 군대리아 패티가 어떨런지 모르겠다.

암튼 이렇게 첫주에 매주 돌아오는 군대 사이클을 다 경험하게 된다.

 

훈련이 시작 되니

춥고, 배고프고, 졸리고, 아프고 하루가 고단했다.

근데 날씨가 추우니 나머지 고통이 배가 되었다.

방한피복류가 성능이 쓰레기라서 한국의 시베리아 한랭기후를 전혀 막지 못했다.

날씨가 추우니 몸에서 열낸다고 칼로리 소모가 심해지고 금방 배가 고파졌다.

아무리 먹어도 금방 허기가 졌다.

이런 추위에서 종일 훈련받으며 견디려면

계란후라이, 베이컨, 치즈 등 초고열량 음식만 먹어도 부족한데

맨날 쌀밥에 나물 이딴 풀떼기나 나오니...

골골대며 훈련을 받았다.

계속 추위 속에 노출되면 또 졸립기까지 하다.

서서히 동사해가는 느낌이 이런 기분일지도 모르겠다.

몸이 얼어 있으니 넘어지거나 삐끗하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상처가 나면 진짜 몸이 박살나는 기분이었다.

안 그래도 겨울이 너무 싫은데 하필 겨울 군번이라

훈련소에 있는 내내 고통이었다.

여름 군번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춥다고 훈련 강도를 낮추진 않는데

더우면 훈련 강도를 팍 낮춰버리거나 아예 간소화해서 넘겨버리니깐 말이다.

입대 날짜가 강제된 장학생이 아니라면 본인 입대 날짜를 잘 선택해서

들어가길 바란다.

 

가장 가까운 교장도 최소 30~40분 거리.

길이 안든 전투화를 신고 걸으니 발이 망가지는 인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근데 보급 양말의 문제가 더 컸던 듯 싶었다.

검은색 모 양말과 회색 면 양발이 보급되는데 모 양말을 신으면 발과 밀착이 잘 안 되서 자꾸 마찰이 생기는데

좀만 걸어도 발이 화끈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한 겨울인데도 발이 뜨겁다고 느낄 정도로 마찰이 굉장히 심하다.

개인차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검은색 모 양말을 신으면 물집이 쉽게 잡혔다.

그래서 나중에는 다 내다버리고 면 양말만 신게 된다.

진짜 보급품이 대부분 쓰레기 수준의 품질이지만 이 양말은 쓰레기 중 쓰레기라고 보면 된다.

국방 비리가 의심되는 물품 중 하나..

그래도 훈련소 때는 없어서 못 구하는 귀한 양말이나 많을수록 좋으니

잃어버리지 말고 잘 챙겨 다녀야 했다.

 

교장에 도착하면 대부분 점심도 거기서 해결을 했는데

전우조로 배식을 받아 먹었다.

반합을 모아 대충 인원수에 맞게 밥, 반찬을 통채로 퍼서 주고 알아서 나눠 먹는 형태였다.

개인에게 배식을 하지 않으니 음식도 정말 깨알같이 나눠 먹어야했다.

여기서 인간의 이기적인 본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제한적인 상황에 몰아넣으니 음식 하나도 꼬불쳐먹으려는 얌체 같은 인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좀 꼰대같은 소리일수도 있으나 간부 교육생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자기 희생, 헌신, 동료를 위한 배려인데 자기 것만 챙기다 보면 단체에서 아웃사이더가 된다.

훈련소에서부터 간부교육생 과정답게 이런 것들을 많이 강조한다.

그리고 더욱 더 불비한 여건으로 몰아부친다.

아마 이런 인원들을 걸러내서 조기 탈락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러한 사소한 마찰들이 쌓이다 보면 부사관학교에서

결국 동기들 사이에서 완전히 배제 되어버린다.

부사관학교에서는 매주 같은 분대원들끼리 상호 평가를 시켜 점수를 매기는데

여기서 하위 점수를 기록하면 전부 다 생활지도기록부에 들어가고 임관 점수에도 반영되니

본인이 간부가 되길 희망한다면 반드시 생활 태도를 고치길 바란다.

 

*기초군사훈련 : 훈련소에서 배우는 모든 훈련이 기초군사훈련이다. 행군, 유격, 화생방, 제식, 장애물, 총검술, 각개전투 등등 이 모든 훈련을 말한다. 참고로 이 훈련은 보병 임무수행능력을 기반으로 한다. 

*개인장구류 : 전투원 개개인에게 지급 되는 장비 일체를 말한다. 소총, 방탄헬멧, 개인장구요대(탄띠), 군장 등등을 말함. 절대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물품들.

*생활지도기록부 : 학교에서 담임 선생님이 작성하던 생활기록부와 같다고 보면 된다. 소대장이 훈련기간 내내 관찰하며 내용을 적는다. 이상한 짓을 하면 그것도 그대로 다 입력되기 때문에 진짜 자대가서 폐급으로 첫 인상을 심어주고 싶지 않다면 진짜 열심히 해야 된다.

*훈육지도점수 : 부사관학교에서는 훈육관이라는 사람이 있다. 중,고등학교 때 담임 선생과 과목 선생이 따로 있듯이 훈육관은 담임 선생과 같은 존재다. 그 사람들이 내내 밀착해서 모든 걸 가르치고 벌한다. 상점도 줄 수 있으며 벌점도 줄 수 있다. 그게 바로 훈육지도점수인데 이 점수가 엄청나게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아무리 다른 것을 잘해도 지도점수가 개판나면 임관 성적이 엄청 떨어진다. 모든 걸 다 뒤엎어버릴 수도 있으니 제일 잘 챙겨야 된다.

*제대 : 부대와 같은 뜻으로 무리 단위를 일컫을 때 쓰는 용어다. 부대 규모란 말 보단 제대 규모란 말을 많이 쓴다. 

*병기본제식 : 도수 제식과 집총 제식이 있는데 이 두개를 모두 알아야 지휘도 하고 지휘도 받을 수 있다. 훈련을 받을 때 온갖 제식 명령어들이 시도 때도 없이 나오기 때문이다.

 

2020/06/05 - [연구 관찰 기록] - 부사관 입대에서부터 장기복무까지 (12) 육군훈련소에서 기초군사훈련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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