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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관 입대에서부터 장기복무까지 (6) 부사관과에 대한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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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관과에 대한 실망

2009년이 되었다.

아직 고등학교 졸업은 하지 않은 상태였고

일전에 말했던 부사관과에서는 입학생들을 조기 특성화 교육을 시키기 위해 

2월부터 3월 입학 전까지 학교 기숙사에서 합숙시키며무언가 교육을 한다고 했다.

오고 말고는 자유의사였지만 입학 전 얼굴도 틀겸, 자격증 취득도 할 겸 다들 모이는 분위기였다.

근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간건데 다른 이들은 실제 무슨 생각을 하고 왔는지는 알 길이 없다.

이때를 편히 부르도록 군대식으로 *가입교라고 지칭하겠다.

그래서 겨울방학 도중 나는 그렇게 학교로 향했다.

집에서 나와 타지에서 이렇게 홀로 지내게 된 것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지내게 되었다.

대략 3주 정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가서 무엇을 배웠는지는 거론할 가치도 없는 의미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것은 논외로 하고 이때 느꼈던 감정을 서술해보자면 아직도 가슴이 먹먹하다.

생각했던 것과는 현실이 너무 딴판이라 분노가 치밀고

나의 판단이 서툴렀다는 미묘한 감정이 그 어린 나이 때에는 

정말 세상 다 끝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은 했지만 반 이상이 답도 없는 정말 노답의 상태였다.

그런 사람들도 뭐 나름대로의 사정은 있었겠지만

기본적으로 자신들이 여기에 왜 오게 됐는지 동기가 매우 부족한 인원들이 많았다.

사람마다 주관이 다르므로 그건 순전히 내 색안경일 수도 있으니 그렇다 치고

기초학력이 매우 부족한 인원들이 많아 고등학교 기초 영단어도 모르는 친구들이 많았다.

이런 친구들이 주축이라 이 인원들에게 수업 수준을 맞춰야 했고 수업 난이도를 결정하는 중심이었다.

그러니 수업 수준은 질이 매우 하향 평준화될 수밖에 없었다.

학교 수업은 차치하더라도 전문대 학과의 특성이라면 전문 자격증 취득이 주 목표인데

이런 수준의 학생을 모아서 무슨 자격증을 취득할 것이며 설령 수업을 한다고 한들 얼마나 합격하고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재학생들이 성과를 내야 학과에서도 성과를 인정받고 학교에서 지원을 받는 구조임을 감안하면 절대 무리한 도전을 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과연 학비를 지불하고 받을만한 수준의 수업인가 싶을 정도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심지어 가입교 때 취득했던 이 자격증이 군 인사고과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당시 학과에서는 몰랐던 듯싶다.

 

PCT 자격증 성적표

 

PCT 평가기준

자격증 이름은 PCT 였는데 자대에서 자격증들을 인사기변 하려고

인사과 갔다가 인사담당관에게서 기변 불가능한 자격증들이라고 들었으니 말이다.

군대에서는 A등급부터 기변이 된다고 했다...

어찌보면 최선을 다하지 않은 내 잘못도 있지만

이런 기초 정보도 없이 학과를 운영하는 건 납득이 안 간다.

학과에서 알려주질 않으니 자격증만 있으면 되겠지란 생각으로 임해버렸다..

워드, 스프레드, 프리젠테이션 중 프리젠테이션이 시간이 가장 많이 걸려

완전 대충해서 제출했는데 A등급만 기변되는 걸 미리 고지만 해줬으면

그딴 짓은 절대 안 했을거다..

이때 말고도 앞으로 2년간 학과일정 중 취득했던 여러 자격증들 중에 *인사기변이 안 되는 자격증이 많았다.

군대에서 쓸모도 없는 자격증을 딴다고 허공에 삽질한 격이다. 그것도 무려 '부사관과'에서 말이다 ;;;

이런 기초적인 정보력도 없이 학생들을 받아 교육을 했으니 내가 왜 이런 악담에 가까운 말들을 퍼붓는지 이해했으리라 믿는다.

물론 이 시기는 2009년 때의 정말 형편없는 수준의 신생학과 현실이었고 지금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이때를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좋든 싫든 내가 한때 몸 담았던 곳이기에 나쁜 말을 하고 싶지는 않으나

나와 같은 일을 겪는 자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이렇게 완곡한 표현을 써서 적어본다.

 

그래서 2월간 진행되었던 가입교 기간에는 정말 고 or 스톱을 해야 되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

이정도 수준의 수업을 들어가며 2년을 보내야 하는 건가?
앞으로 더 나아질 가능성이 있는가?
그렇지만 군 장학생이 주목적이니 참아야 되지 않을까?

그런 고민들을 내내 하다가 가입교 기간이 끝나던 듯싶다.

가입교 기간은 3주였고 입학은 3월이라

1주간의 기간이 남았고 집으로 돌아가 쉬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때 차마 내 고민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는 못 했다.

이런 걸로 벌써부터 갈팡질팡하면 앞으로 군대 가서 어떻게 버티겠냐는 그런 오기를 부렸던 듯싶다.

그래서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시간이 흘러 3월에 입학을 했다.

 

2020/05/17 - [연구 관찰 기록] - 부사관 입대에서부터 장기복무까지 (7) 과에서 만난 여러 가지 인간 군상

 

부사관 입대에서부터 장기복무까지 (7) 과에서 만난 여러 가지 인간 군상

과에서 만난 여러 가지 인간 군상 3월에 입학을 했을 때는 가입교 수업에 참여하지 않았던 신입생들이 다 모이니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학사 일정을 소개하기 앞서 먼저 설명하고 싶은 부분이 ��

deltawhisky.tistory.com

*가입교 : 보통 군대 교육기관(ex : 사관학교, 병과학교) 등과 같은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부대에서 사용되는 말인데 정식 입학 전 후보생들을 채찍질하며 집에 보낼 놈 보내고 남을 놈 남기는 시기이다. 매우 혹독하게 진행되며 이때만 버티면 거짐 끝까지 간다고 보면 된다. 근데 병과학교에서는 정식 계급장을 달고 있는 군인들을 대상으로 후반기 주특기 교육을 하는 곳이라 가입교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아..후반기, 전반기 이런 말이 자주 등장하는데 임관 전 교육은 전반기라고 보통 지칭하고 그 이후는 후반기라고 함. 그러므로 전반기는 특기 교육보다는 그 계급에 맞는 각종 교육이라고 보면 됨.

*인사기변 : 군 복무 중 행하는 모든 것들을 기록하는 행위라고 보면 되는데 학창 시절에 학교에서 작성되는 생활지도기록부라고 보면 된다. 상훈 기록, 이수한 교육, 각종 취득한 자격증, 근무한 부대, 직책 임무수행기간 등등 모든 것들이 기록되는데 자격증을 취득했으면 반드시 군 인사과에 제출해야 인정이 되며 나중에 진급 및 장기복무 심사 때 들어가므로 필수로 챙겨야 됨. 개인적으로 취득한 자격증 빼고 나머지 것들은 군에서 알아서 다 기록해주니 신경 꺼도 됨.

실제 경험에 의거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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