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보

부사관 입대에서부터 장기복무까지 (2) 입대 계기

반응형

입대 계기

2007년 어느 날.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형은 군대를 갔고 그해 휴가 때 부사관 모집 홍보물을 하나 가지고 집에 왔었다.

지금도 부대에서 행하는 주요 수법 중 하나인데

휴가 장병들에게 인사과나 중대 행보관이 간부 모집 홍보물을 끼워서

출타시키는 행위가 있다.

아마 이래서 형이 홍보물을 하나 가지고 왔었던 것 같다.

집에 형제가 있다면 뭐 어쩌다 한번 보다가 나처럼 이렇게 군에 유입되는 인원이 있었을 테니까.

나는 그 종이 한 장으로 된 홍보물을 굉장히 정독해서 읽었다.

*인사과 가면 볼 수 있는 그런 공식적인 홍보물이 아니고

노란색 a4용지에 한 쪽 면만 인쇄되어 있는 엄청 간략한 홍보물이었다.

부사관의 지원 시 얻을 수 있는 *특전만 쓰여있었고

굉장히 엄청난 이점이 있는 것처럼 부각되어 있었다.

입대해보니 실상은 그렇지 않았음.

읽으면서도 생소한 단어가 많아서 컴퓨터로 검색도 해보고

형한테 부사관이 뭐냐고

자세히 물어보고 그랬던 것 같다.

형도 뭐 병으로 입대했으니 잘 알리는 없었다.

대충 부대에서 뭐하는 존재인지에 대한 그런 현실적인 말만 해줄 뿐이었고

그들의 실생활을 알기에는 정보가 많이 부족했다.

사방팔방으로 자료를 끌어 모아서 부사관에 대해서 심층 조사를 했다.

생각보다 좋다는 결론을 얻었다.

아니 굉장히 좋아 보였다.

완전히 내가 군에 대한 부정적인 색안경을 끼고 있었구나 스스로 탄식을 할 정도로?

아무튼 나는 그때부터 마음은 이미 군 입대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군대에는 별 관심은 없었지만

밀리터리 라이프에 관심이 많았는데

내 취미, 특기도 살릴 겸 군대 가서 이걸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을 해보았다.

더불어 나는 그때 나라를 위해 좀 더 뜻깊게 살아볼 수 있는 기회라 여겼다.

그 시절 나는 군 복무가 애국이라는 공식이 머릿속에서 정립되고 있었다.

다들 입대 전에는 조금이나마 소정의 애국심, 국가관이 있다고 본다.

나도 젊은 나이였으니까 그랬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완전 말도 안 되는 꿈과 희망의 계획이었지만..

계획이 서니 실행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그 사실이 금방 퍼지고 주변에서 다 만류했다.

군대 가면 X된다고 ..

인생 말아먹고 싶으면 군대 가라고.

 

지금은 2020년 기준으로 보면 살짝 이해가 안 갈 수도 있다.

요 근래 들어서 경기가 너무 최악으로 치닫고 있으니

군에 말뚝 박고 어쩌고 저쩌고 그런 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고 있지만

그때는 지금보다 그렇게 군 입대가 썩 추천할만한 직업군은 아니었다.

일단 예나 지금이나 부사관하면 무식하고 돌대가리에 막장들만 하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거의 똑같았다.

지금도 그런데 13년 전에는 더 심했다.

굳이 내 기준이 아니어도

창군 이래로 이 이미지는 계속 똑같았을 거라고 본다.

차라리 지금은 많이 양호해진 거라고 생각이 든다.

게다가 허 구언 날 터지는 사건 사고도 많았고 아직도 군대 가면 애 잡는 줄 아는 그런 분위기가 만연해있었으니까.

05년도인가 그때 태풍사단에서 김 일병이 <GP 530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켜서 

수많은 인원이 사망한 사건도 있었고 뉴스에서 대서특필하며

엄청 떠들어댔고 그걸 마케팅 삼아서 개봉한 <GP506>이란 영화도 있었다.

근데 내용은 전혀 상관없었다.

알고 싶지 않아도 군대가 그다지 좋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심지어 <제5공화국> 드라마로 초대박을 터뜨리며

군의 이미지는 무식한 군바리들 딱 그 정도로 계속 

온갖 미디어에서 젊은 청년들에게 이미지를 주입시키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래서 사상전이 무섭고 중요한 거다.

또 군필자들 사이에선 전설이 된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등과 같은 

그런 영화들도 웹하드에 엄청 올라오고 그래서

군 입대를 앞둔 청년들이라면

군에 대한 이미지가 좋으래야 좋을 수가 없었다.

나 또한 그랬고 그냥 언젠가는 한번 겪을 똥 같은 곳이라고만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더군다나 형이 군대를 갔으니 좋은 소리를 했을 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아무튼 그때 그 당시는 그랬다.

지금이나 그때나 경기가 안 좋아도

군대 간다면 별로 추천하지는 않았다.

심지어 공무원 신분이고 뭐 연금이 일찍 나오고 어쩌고저쩌고

그딴 거 아무리 홍보해도 부사관(남군) 입대 지원률은 1:2를 넘지 않았다고 하는데

오히려 미달 날 때도 많았다고 하니

이 정도 설명을 했으면 어느 정도인지 대충 감이 오리라..

단순히 국가 공무원 신분, 빠른 연금, 신분 보장, 뭐 집 나오고 기타 등등

그런 잡스런 것들로 유혹해봐야 간다는 사람이 없었다.

한 학년에서 진로가 군인인 놈은 한두 명 있을까 말까였다.

그만큼 별로 좋은 선택지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복무에 대한 경쟁률은 어마어마했다.

라떼는 1차 선발자가 20%미만이었음..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주변에서 뭐라고 떠들든 그냥 강행했다.

나는 내가 직접 해보지 않고 주변 입김에 휘둘려 다니는 걸 굉장히 싫어했다

실사구시에 입각하여 인생 경험치를 쌓는 걸 원했는데 그 인생관이 이때 크게 작용했던 것 같았다.

보통 주변 말들이 많아지면 눈치 보는 문화가 심한 우리 사회에선 잔소리 듣기 싫어서

일을 우회하는 경향이 많은데 나의 가치관은 그렇지 않아서 후회를 해도 내가 직접 해보고 후회를 해야지

해보지도 않고 남들이 대신 살아주는 인생도 아닌데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에 휘둘리고 싶지 않았다.

뭐든 다 경험치라고 생각했기에 설령 안 좋은 결과물을 얻더라도

그에 대해서 최소한 남들에게 도움될 정보라도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런 글까지 쓰며 기록을 남기려 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도 든다.

그렇게 나의 생각대로 계획을 세워나갔다.

 

2020/05/13 - [연구 관찰 기록] - 부사관 입대에서부터 장기복무까지 (3) 군 가산복무 지원금 제도에 대해 알다

 

부사관 입대에서부터 장기복무까지 (3) 군 가산복무 지원금 제도에 대해 알다

군 가산복무 지원금 제도에 대해 알다 나의 미래 진로 계획이 잡히니 고딩 때 나의 생활은 되게 간편해졌다. 학생인 내가 지금 당장 생각할 건 많지 않았다. 꾸준한 체력 단련, 입대 시기 결정, ��

deltawhisky.tistory.com

*인사과 : 대대급부터 존재하는 부서로 인사, 행정 등 부대의 거의 모든 업무 일정에 관여함.

*특전 : 보상으로 주어지는 것

 

실제 경험에 의거 작성됨.
궁금한 점은 댓글로 남겨주세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