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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관 입대에서부터 장기복무까지 (21) 육군부사관학교 교육 훈련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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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부사관학교 교육 훈련 - 5

 

 

분대방어

부사관학교에서 받았던 훈련 중 가장 짜세나는 훈련으로 기억한다.

교장은 학교 근처 멀지 않은 산속이었는데 쉴 새 없이 공포탄, 신호탄 터지는 소리가 나는 곳이었다.

오다가다 계속 섬광이 번쩍번쩍 보이고 공포탄 소리가 들리기 때문에 대충 위치가 어딘지는 자동적으로 알게 된다.

 

분대전투는 공격과 방어를 주차로 나누어서 진행하게 되는데 둘 다 일주일씩 진행되었다.

평가를 받다보면 자연히 알게 되는 사실이지만 교육 시간이 많이 할당되어 있는 훈련은 배점도 당연히 높다.

나머지 듣보잡 과목의 평가가 망했다면 이것만이라도 나서서 평가를 잘 받아야 한다.

 

우리는 분대방어를 먼저 진행하였는데 

낮은 산 중턱에 미리 구축된 진지, 교통호 교장에 들어가서 열심히 역할극을 하면 되는 거였다.

이때 분대장 역할을 할 사람과 분대원을 할 사람으로 나뉘는데

당근 대사를 많이 쳐야하는 분대장이 평가 점수가 좋다.

그래서 평가에 임하는 분대 내에서 점수가 모자라거나 의욕이 넘치는 사람이 있으면 몰아주기를 했다. 

적어도 우리 분대는 전우애가 넘쳤던건지 평가 점수 때문에 의가 상하는 일은 없었다.

 

지금도 교재에 있는 대사를 달달 외워서 평가를 보나 모르겠지만

그냥 교재에 나와 있는 상황 자체를 암기하고 평가를 받으면 됐다. 

분대장의 대사가 90%고 분대원은 그냥 대답만 하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분대장에서 질문 멘트 몇개 던지면 끝나는 거였다.

어차피 평가도 내용보다는 얼마나 물흐르듯 잡소리를 잘 늘어놓나 보는거였다.

임무하달 내용이 얼마나 전술적인지 그딴 건 신경 쓰지도 않으니 걱정은 안 해도 된다.

큰 시나리오는 이미 정해져 있는 상태고 중간 변수는 평가를 하고 있는 교관, 조교에 의해 

이벤트가 부여되는데 대략 이런 상황이 주어졌다.

 

-분대원 사망 혹은 전투불능 상태 발생 

-지휘자 사망으로 지휘권 승계 

-호안에 수류탄

-화생방 상황

-전상자 처치

-진내 사격 요청

 

대충 우리가 부여받았던 상황과 다른 분대에서 받았던 상황들을 종합해보면 저런 식이었다.

교장에서 계속 공포탄, 폭음탄이 터지기 때문에 정신이 없다.

우리가 받았던 상황 중 하나는 호안에 수류탄이었다.

조교가 수류탄을 던진 줄도 모르고 총질하다가 수류탄이 터져서 사망처리된 적도 있었다. 

근데 어이가 없는 게 조교가 우리를 보고있다가 수류탄을 뒤에서 던졌다.

아니 장난치나???

적은 앞에 있다는 상황으로 주고 수류탄을 후방에서 갈기면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나?

암튼 이때 수류탄을 집어들고 호 밖으로 던지던가

"호안에 수류탄 !"

외쳤으면 나이스였을텐데 뭔가 아쉬운 상황이었다.

평가 시에는 항상 조교나 교관이 무엇을 준비하는지 눈 여겨 봐야한다.

그래야 즉각 대처가 가능하니 항상 레이더는 평가관들을 향해 있을 것을 당부한다.

 

아 그리고 분대공방 내내 자신의 역할은 고정이다.

나는 k-201 유탄사수여서 k2에 유탄발사기를 부착하고 다녔는데 이게 또 드럽게 무거워서

일주일내내 힘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기관총사수 걸린 놈들은 M60이나 K3를 들고 다녀야 했다.

m60은 제원상 10.4kg의 무게를 지니고 있다.

걔네들에 비해면 유탄발사기 정도야..

 

점수로 들어가는 평가는 주간에 이루어지고 

야간방어훈련은 그냥 맛보기로만 하기 때문에 주간보다 야간이 정말 재밌었다.

이때 야투경도 지급 되어 사용할 수 있었는데 우리는 PVS-7을 받았다. 

이게 야전에서도 그나마 신형이라 수량이 얼마 없어

교육기관은 PVS-5(일명 타오파이)를 지급 받는데

뽑기 운이 좋았던 건지 우리는 신형 야투경을 받아서 썼다.

 

PVS-7
PVS-5

 

여담으로 야투경을 지급 받으면 밤하늘을 꼭 쳐다보길 바란다.

야투경의 진짜 능력을 볼 수 있다.

비 오는 날만 아니라면 별천지를 구경할 수 있다.

우리 밤하늘에 이렇게나 많은 별이 떠있나 싶을 정도로 장관을 볼 수 있다.

물론 교관이나 조교들 있는 곳에서 고가장비로 뻘짓하고 있으면 벌점 먹을 수도 있으니

안 볼 때 몰래몰래 하길 바란다.

 

야간상황은 주간보다 더 느슨하고 재밌어진다.

뭔가 더 번쩍번쩍 거려서 눈이 즐거웠다.

같은 공포탄을 쏴도 소염기에서 나오는 불꽃도 보이고 조명탄도 터지는데

그나마 군대에서 뭔가 좀 하는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야간은 감시의 눈이 소홀해지는 시간이라 그런지 이때 뺀질거리면서 딴짓해도 괜찮다.

나는 계속 하늘에 별구경만 했던 기억이 난다. 

산속에서 별구경을 하고 있자니 캠핑하고 있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근데 이짓을 며칠이나 더 해야 될지 생각하니 다시 막막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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